40여 년의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개한테 발 뒤꿈치를 물린 이후로 조그마한 강아지조차도 무서워하던 저였습니다. 엄마란 역시...... 모든 걸 이겨내게 되나 봅니다. 두 딸아이가 강아지를 너무나 키우고 싶어 하고 주변에도 강아지를 키우는 분들이 많다 보니 어찌어찌하다 보니 강아지 한마라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첫 만남
정말 우연히도 함께 일하는 언니의 친구가 강아지를 데리고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2살 된 몰티즈 강아지를 키울 사람이 없냐며 너무나 귀여운 2.5kg 정도의 작고 하얀 몰티즈 한 마리를 데리고.... 그날 또 우연히도 둘째 딸이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사무실로 왔다가 이 귀여운 강아지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습니다. 안고 놀아주고 키우고 싶다고 계속 조르고 전 안된다고 말리는 과정이 1시간가량 이어지고 있었고 함께 일하는 언니는 키워보라면 부추기고 있는 상황에 강아지 주인(이제는 전주인)은 바쁘다며 알아서 하라고 하곤 그냥 이 강아지를 두고 가버렸습니다. 그렇게 그럼 다른 주인을 찾을 때까지 임시보호를 해보라는 권유로 강아지를 안고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아직 애들 아빠랑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았는데 정신 차리고 집에 오니 강아지가 우리 집에서 자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첫째가 하교하고 집에 와선 좋다고 방방 뛰고 둘째는 방실방실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좋긴 하지만 애들 아빠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알고 보니 전 주인은 이 몰티즈를 미니강아지인 줄 알았는데 점점 커지니 싫어지고 있는 중이었고 이미 집에는 다른 강아지가 5마리나 더 있었습니다. 다른 미니 강아지들에게 치여 사료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기 집밖으로는 나간 적이 별로 없는 강아지였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너무나 작고 이쁜 강아지에게 신체적인 학대는 하지 않았지만 정신적인 학대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집으로 또 보내기가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애들 아빠에게도 이러한 사정을 이야기하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니 키워보자고 두 딸아이와 설득 끝에 우리 집에서 키우기로 했습니다. 애들 아빠 처음엔 안되다고 말은 하면서도 강아지가 온 둘째 날부터(첫째 날은 술 마시고 와서 강아지가 집에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퇴근하면 강아지부터 살핀 건 비밀로 하겠습니다.
적응기
생전 처음으로 강아지를 키우니 모르는 것 투성이었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강아지부터 데리고 왔으니 먹을 것도 입힐 것도 당연히 없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언니 덕분에 강아지를 맡게 되었으니(언니는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키웠습니다. 지금도 몰티즈 한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언니가 강아지 사료, 패드, 집 등등 필요한 물건을 지원해 주고 알려주어 가아지 용품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강아지 이름도 새로 지었습니다. 우리 집에 왔으니 안 좋은 기억은 다 잊고 우리와 함께 잘 지내보자는 뜻으로 이름을 새로 지어주기로 결정하고 여러 이름 후보 중에서 '아리'라는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에 온 셋째 날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가 기본 검진을 시작하였습니다. 너무 건강한 아이이고 발이나 치아상태로 봤을 때 정상적으로 자랐다면 5kg까지는 커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래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 2.5kg이고 이게 다 자란 상태인데 그럼 아기 때 얼마나 안 먹이고 키웠다는 이야기인지 정말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집에 와서 처음에 쭈뼛쭈뼛하며 잘 먹지 않더니 며칠 지나고부터는 정말 먹성이 좋았습니다. 한 달 만에 300g 정도 찌고 석 달만에 1kg 쪄서 지금은 정말 적당한 몸으로 뼈도 만져지질 않고 이쁜 아이입니다.
우리 집으로 오고 삼일 정도는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더니 4일째 되는 날부터는 안정이 되었는지 집 밖으로 나와 거실이며 방을 두리번두리번 살피고 다니는 녀석의 모습이 귀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 집에 '아리'가 온 지 벌써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아리가 없는 집은 상상초차 할 수 없습니다. 처음 집에 왔을 때는 자기를 받아준 둘째 딸아이에게 잘 가더니 이제는 제일 만만한 게 둘째 딸아이입니다. 아빠만 오면 아빠옆에 찰싹 붙어있고 엄마와 아빠가 부르면 오지만 언니들이 부르면 오지도 않는 여우 같은 녀석입니다.
식탐이 많아서 냉장고 문 여는 소리만 들리면 어디선가 나타나 냉장고 문 앞에 와 있고 비닐 부스럭 소리만 나도 어느새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아지를 사람들이 왜 이뻐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물론 생명을 있는 동물을 키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 사랑도 주어야 합니다. 힘들기도 하지만 웃을 일이 많아지는 날이 더 많습니다. 아직도 반려동물이 처음이라 서툰 것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지만 배우고 알아가는 일도 재미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아리를 키우면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도 글로 남겨볼까 합니다.
오늘은 아리가 우리 집에 오게 된 상황과 지금을 적어보았습니다. 함께 하면서 일어나는 재밌는 에피소드들 기대해 주세요.
그럼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